나는 하루에 두 번 출근한다.

PUBLISHED 2009. 4. 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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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에 두 번 출근한다.


 한번은 아침 9시까지 내 지갑 앞에 있는 카드를 대면 출근이 처리되었다며 친근한듯 냉정한 음색이 들리는 기계음이 들리는 회사에

 한번은 아침에 출근한 회사에서 다시 카드를 찍으면 퇴근이 처리되었다며 또 냉정하니 말하는 기계소리를 듣고 나와 강남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 안에서 잠이 언제들었는지도 모르게 한시간안에 깨면 다행이고, 더 자면 그만큼 되돌아와 논현역 근처에 내 집에서 그나마 그것도 집이라고 씻고 편안함을 느끼다 22시에 그 편안한 집보다 집중은 잘된다며 커피를 다 마신후 500원만 있으면 내가 먹은 커피를 다시 새것처럼 만들어 주는 그 커피숖으로

 마치 내가 고3때 안하던 공부를 한답시고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돈내고 공부하는 도서관에 졸듯이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집에 와선 씻어야 한다며 피로를 풀고파 내가 커져버려 좁아진 욕조에 뜨거운 물을 채워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에 식어버린 물에서 깨 다시 학교로 가는 생활을 하고 있듯이.


다 관두고 싶다? 아니다.
때려치고 싶다? 아니다.
자살하고 싶다? 흠.. 아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조금 그렇다.

아니 차라리. 울고싶다...라는 말이 더 가깝다.


돈따위 생각치 않고, 내 일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사랑에 버림받아도 난 내 일을 더 사랑해서 슬프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버텼다.
가끔 내 자신이 불쌍해 보여도 위로하곤 했다. 난 돈 따위 사랑따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사회생활 2년차를 달리는 지금.
내 일이 디자인이 아니라는걸 느끼게 되고,
결국 이래저래 돈 때문에 무언가 결정도, 포기도 못하는 나를 알아버린 지금.
내가 이렇게 초라하고, 불쌍하고, 병신스러울 수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디자인이 아닌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계획을 하고, 스케쥴을 짜고, 계획하고, 이런 것 조차
내 생각을 말해봐야
그냥 군대에서 이등병 새끼가 짓거리는 소음에 불과하다.

이등병은 생각하지 마라.

내가 군대에서 처음 배웠던 이 말을 내가 내 스스로 내게 말하고 있다.
그냥 시키는데로 하는게 이등병이니까.

그 일이 일주일이 걸리던, 한달이 걸리던 그런 생각조차 하지마라
고참이 이틀만에 끝내라고 하면 그렇게 끝내야 하는게 이등병이니까.



흠.. 그렇다고 모.. 군대는 좆같지만 세상이 좆같다는 말은 하고싶지 않다.
내가 잘해주는게 부담스럽다고 날 일방적으로 떠나는 사랑이 있어도.
그 상처를 잊기위해 새로이 만난 사람에게 오빠를 만나면 질 높은 삶을 살지 못할꺼 같다는
몇년간 내 스스로의 자부심과 내 기준을 짖밟는 말을 들어도.
그래서 이젠 지레 겁먹고 다가가지도 못하는 내 자신을 봐도.
그렇게 하루종일 무표정으로 있는 나도
티비따위에서 나오는 세상이 따뜻하다는 소식들을 보면 이내 웃음을 짓고는 하니까.

그냥 이런 방식을 선택한 내가 후회가 되고, 좆 같을 뿐이다.


가끔 이렇게 블로그에 혼자 생각하는 무언가를 적곤하면,
그런 생각을 적은게 구차해 보이고, 쪽팔려 다시 볼 생각도 하지 않는데...


과연 10년후, 20년후, 지금의 나를 보며 내가 이런생각을 했다는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때...
나는 그때도 내 생각이, 내 삶의 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할까...
그때는 어렸다고 생각하며 변한 나를 느끼게 될까...


논문보러온지 1시간이 지났다.

공부나 해야겠다.

올해안에 졸업이나 할 수 있을련지...


모.. 졸업 안되면. 이런 생활 1년만 더해보지모.

참. 불쌍하구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