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일차 _10월 11일
나름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대략 12시. 씻기도 귀찮고, 밥먹기도 귀찮았다.
앞으로의 5일간의 휴가를 자전거 여행을 하고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을뿐인데,
네이버 지도를 보니 금새 계획이 세웠졌다.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성남으로 가는 탄천을 타고 잠시 회사에 들린다음.
그 길을 타라 무조건 아래로만 내려가면 천안에 도착하고, 부모님 집에서 하루밤을 보낸 후,
속리산. 금오산을 넘어 대구로 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바로 짐을 챙겼다.
1일차 실제 이동경로(파란 라인은 전철이용)
넉넉히 4일치의 옷들과 속옷들. 사진기, 충전기, 노트북 그리고 아이폰. 등등을 가방에 넣고,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고 달릴 준비를 했다.
출발~~!!
회사까지 이동하는 길은 전에 한 번 회사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온 적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잠원지구 입구로 들어가 종합운동장 근처에서 성남 방면으로 탄천을 타고 계속 질주.
한산한 한강 자전거 도로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없고 한산했다.
당연하겠지만. 주말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한강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였다.
웬지 회사에 출근한 사람들이 불쌍하게도 느껴졌다.
재성이 형과 성민군.
별로 친하진 않지만. 팀장님과 한 컷.
약 두시간 정도 달려서 정자역 회사에 도착.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이런저런 수다들을 떨며, 노트북을 회사에 떨구고, 가방 방수팩을 얻어갔다.
팀장님 방수팩 없었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습니다. ㅎㅎ 감사해요~~
자전거를 타며 사진을 찍던 아이
이제부턴 전혀 모르는 새로운 길이 시작되었다. 물론 자전거 도로였지만.
한참 달렸을까? 죽전 즈음에서 자전거를 타며 사진을 찍던 아이가 있었다.
웬지 저 어린 나이에 내가 29살이 되어서야 하고 있는 경험을 하고있다는게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몇 마디 대화를 했는데, 그 아이는 서울대병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한다....;;; 건강운동이라나?
전혀 힘든 기색하나 없이 엄청 여유로워 보였다.
흠... 기분이 묘했다.
도로를 달리는 트럭은 나에게 파동권을 쏜다.
허걱... 자전거 도로가 용인이 시작될 즈음에 끝나버렸다.
난... 자전거 도로가 천안까지 연결 되어 있는 줄 알았다;;;
즐거움은 어느새 모르는 곳에 서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아이폰으로 네이버 지도를 한참 처다보고서야 상황을 이해하고선 다시 달렸다.
용인에서 수원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광교신도시 공사 현장이 있었는데 정말 과관이였다. 수많은 크레인과 크럭들. 인도와 차들간의 구분이 불 명확했다.
내가 갓길로 달리고 있는데 트럭이 바로 옆에서 지나갈때면 그 바람에 자전거가 살짝 밖으로 나갔다가 안으로 들어온다.
그렇다고 뒤를 돌아 볼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더 황당한건... 그런길을 지나 한참 달리다 보니 왕복 8차선 도로가 나왔다.
난 내가 고속도로에 들어온줄 알고 식겁했다. 대충봐도 차들은 기본 100키로는 밟고 있는거 같았다.
충분히 되돌아 갔을만도 한데... 생각해 보니 그 부분에선 내가 좀 미쳤던거 같기도 하다.
자동차랑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이거. 신고당할까요??)
한참을 달리고 보니 다시 좁은 도로가 나왔고 그재서야 내가 온길이 국도라는걸 느꼈다.
용인 대학교 앞을 지나고 언덕을 걸어서 넘어 내리막에 다달았을때즘 수원 이정표가 보였다.
뭔지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너무 합성같은 공간.
수원에 들어온걸 알았을때 내 눈압에는 옛 성곽인지. 뭔지 참 이쁘고 신기한 건물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한참 사진을 찍고 길을 건너니... 오히려 그 안쪽이 더 장관이였다.
'수원에 이런곳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컸다.
유림이와 한 컷.
수원 시내를 지날때 즈음. 유림이 생각이 나서 슬쩍 전화해 봤는데, 서울에 있을줄 알았던 유림이가 수원에 있다고 한다.
알고보니 회사를 이직했던것. 그래서 수원역을 지나가는 김에 유림이가 일하는 농촌진흥청에 들려 간만에 얘기좀 하고, 음료수 한 잔 했다.
유림양. 소중한 이야기 감사!ㅋ
천안 단국대 호수
너무 어두워 지기도 하고, 천안에 저녁시간안에 들어가야하는 목적이 있어서 오산역에서 천안으로 오는 전철을 탔다.
지쳤었나보다. 잠들어 눈뜨니 두정역이였다.
그때 정말 '내가 이거 괜히 시작했다..?' 하는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리운 집 밥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
어머니께서 맛있게 차려주신 밥 상. 정말 이만한 밥이 없다.
막내 아들 다롱이
1일차의 자전거 주행으로 자전거 여행이 얼마나 힘들고,
여유가 있어야 하는지 새삼 느꼈다.
그래서 대전으로 가는 경로를 수정.
2일차 자전거 이동 목표지는 대전으로 정한다.
대전까지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광덕산을 지나 정안. 공주를 거쳐 대전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계획했다.
싸구려 안장으로 타고 온 쇼바도 없는 싸이클 자전거가 잘 버텨줬다.
하룻밤 사이에 얼마나 회복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하게 잠을 청했다.